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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의 거리는 천릿 길이다. 언제 기다린다는 것이냐? 일단은 가까운 정파에도 전서구를 날

렸다.”그는 위지군의 의동생으로 서주쌍협의 한 사람인 혈수신협(血手神俠) 정철이었다.

정철은 그의 별호에 혈자가 들어가듯이 많은 피를 보았으나 모두 강소성에서 활동하는

사파의 사람들이었다.그렇기 때문에 그의 별호 뒤에는 협이 들어가 있으나 원한을 가진

인물들도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한들은 태평장의 위명과 자신의 위명에 사라진 지

오래이다. 그리고 태평장을 세우며 강호에 나가는 일도 적어 젊은 날의 원한도 그저 추

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위지군은 한낮 동안 딸아이의 걱정으로 가슴을 졸이다 딸아이

가 웃으며 무사히 돌아오자 마음을 놓고 즐거운 기분으로 의사청에 들어왔다. 하지만 들

리는 말들은 심각한 문제였다.알 수 없는 세력이라는 것이 가슴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몇 명이나 왔는지, 알고 있나?”위지군의 말에 순찰당 당주를 맡고 있는 삼십대 후반의

비수(碎飛手) 노칠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백호단(白虎團)의 무사 다섯을 보냈으나 살아

돌아온 자는 단 한 명입니다. 그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확인만 했다고 합니다

. 어디 소속인지는 모르나 그의 말로는 일백 명 정도의 사람들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것

으로 예상할 때 태평장을 중심으로 약 오백 명 이상의 인원들이 있다고 보아도 될 것입

니다.”백호단은 태평장의 일급 무사들만 묶어 놓은 그들의 실질적인 힘이었다. 그들 중

다섯이 나가 한 명만 살아 왔다는 말은 적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적이

오백 명 이상일 거라는 노칠의 말에 모두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깊은 한숨과 함께 위지군이 말했다.”태평장의 문도 이제는 열리지 않겠구나.”

그의 말에 모두들 침중한 안색으로 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명의 위사가 들어왔다.

“장주님, 문밖에 어떤 자가 이것을 장주님께 전해 드리라며 물건만 놓고 사라졌다 합니다.”

금의를 입은 위사의 말에 위지군과 의사청의 인물들은 그가 들고 온 검은 상자를 바라보

았다. 위지군이 상자를 열자, 한순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위지군의 안색이 변하자 옆

에서 보던 정철이 상자의 안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 안을 확인하자 안색이 변했다.

그곳에는 태평장의 표식을 한 비둘기 여섯 마리가 시체로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정철

은 이것으로 확실해졌다고 생각했다. 좋은 뜻이라면 이렇게 전서구를 잡지 않았을

테니까, 상자 안의 비둘기를 확인한 순찰당의 당주인 노칠이 위사를